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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시아계 인종차별 역사도 기억해야

미국 최대 한인타운이 있는 LA에서는 150여년 전 참혹한 사건이 있었다. 1871년 발생한  중국인 학살 사건(Chinese Massacre of 1871)이다. 발단은 어이없는 일에서 비롯됐다. 그해 10월 LA차이나타운에서 중국인들끼리 다투다 백인 술집 주인이 숨지고 경찰관 1명이 상처를 입는 일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중국인들이 백인을 죽였다는 소문이 퍼졌고, 500여명의 폭도가 차이나타운으로 몰려와 중국인 18명을 살해했다. 이 사건으로 폭도 25명이 기소됐지만 재판에 넘겨진 것은 10명에 불과했고, 그중 8명 만이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죄로 유죄가 확정됐다. 이 사건은 이후 빠르게 잊혔고, 오히려 중국인에 대한 차별이 강화되는 계기가 됐다.     미국의 역사는 인종차별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학교와 사회에서 지속해서 인종차별 문제를 되새기고 예방 교육을 한다. 그러나 정규 교과 과정에서 흑인과 유대인 차별의 역사는 가르치지만 한국과 중국, 일본계 등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 내용은 거의 없다. 앞에서 언급한 LA 중국인 학살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LA에 있는 차이니스아메리칸 박물관(Chinese American Museum)의 마이클 트룽 사무총장은 “당시 LA에 있던 중국인 이민자 172명 가운데 18명이 피살됐으니 중국인의 10%가 살해된 엄청난 사건이었다”며 “이러한 인종차별의 역사를 알고 기억해야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모기업인 스미소니언 연구소(Smithsonian Institution)는 12월 1일부터 17일까지 ‘우리의 미래: 인종차별의 과거를 되돌아보다 (Our Shared Future: Reckoning With Our Racial Past)’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계와 히스패닉계에 대한 인종차별의 역사에 초점을 맞춘 이 전시회는 LA의 차이니스아메리칸 박물관, 재패니스아메리칸 박물관(Japanese American National Museum), LA아트플라자(LA Plaza de Cultura y Artes) 등에서도 나뉘어 열린다. 이 전시회는 전시물 뿐만 아니라 무용, 영화, 음악 등 멀티미디어 형식으로 온가족이 참석할 수 있는 행사다.   스미소니언의 전시회 책임자인 데보라 L 맥 박사는 “교육자들로부터 이러한 주제를 다뤄달라는 요청이 많았다”며“불평등의 역사를 지금 이야기하지 못하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고 취지를 밝혔다.   전시장 중 하나인 재패니스아메리칸 박물관의 제임스 헤르 국장은 “박물관이 세워진 곳은 2차 대전 당시 LA의 일본계 미국인들이 집단수용소로 끌려가기 전 모였던 역사적 장소”라며 “미국 시민들이 적법한 절차(due process) 없이 시민의 권리를 빼앗겼던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9·11테러 이후 무슬림에 대한 부정적 여론, 그리고 2017년 무슬림 여행금지조치에 대해서 일본계 미국인들은 반대 목소리를 냈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회는 LA에서 열리지만 스미소니언 박물관 홈페이지(oursharedfuture.si.edu) 또는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회를 보며 한인들의 아픈 역사도 기억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1992년 LA폭동을 비롯해 2021년 애틀랜타 총격 사건도 한인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잊히고 있다. 주류사회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한인 이민사 박물관에서도 아시아계 인종차별에 대한 전시회를 함께 한다면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이종원 / 변호사기고 아시아계 인종차별 인종차별 문제 스미소니언 박물관 차이니스아메리칸 박물관

2023-12-05

[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부러운 7000명의 이름

한인 사회의 숙원 사업인 한미박물관 프로젝트는 지금 멈춰있다. 깜깜무소식이다. 변변한 박물관 하나 없는 LA한인사회는 옆 동네가 부럽다.   지난 2일 LA다운타운의 일미 박물관(Japanese American National Museum)을 찾아갔다. 지난 1999년 문을 연 이곳은 일본계 이민자들의 이야기가 응집된 곳이다.   부러운 건 단지 건물이 아니다. 박물관 하나를 세우는 데 힘을 보탰던 7000명의 이름이 벽면에 가득히 새겨져 있다. 200곳의 일본 기업들도 참여해 무려 1000만 달러를 모았다. 그렇게 세워진 박물관이라 더 부럽다. 기부자들은 대게 이민 1세대이지만 부모들은 일본인의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 자녀들의 이름으로 여러번 기부하기도 했다.   박물관 내부를 채운 빼곡한 내용물은 더 부럽다. 모든 게 사연이고 이야기다. 일본계 미국인에게 큰 상처로 기억되고 있는 만자나(Manzanar) 수용소의 기록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일본인 12만 명이 집단 거주했던 수용소 전체 축소모형 수용소 막사도 재현되어 있다. 심지어 부러진 채 녹슨 숟가락도 있다. 강제수용소에서의 일상과 아픈 흔적이다. 일미박물관의 모든 자료는 아카데미 필름 아카이브와 스미소니언 박물관과 제휴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박물관 하나가 얼마나 내실있게 운영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옆 동네의 일미박물관을 렌즈에 담았다. 한인 이민사 120년을 맞이하면서 부러움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든다. 가깝고도 멀었던 건 일본이 아닌 한인 사회의 숙원이다. 김상진 사진부장 kim.sangjin@koreadailyl.com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이름 스미소니언 박물관 일미 박물관 수용소 막사도

202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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